안국에서 죽치고 있다가 여간 껄끄러운 말들을 들은 것이 아니여서 햇살이나 맞으려 산책을 한다는 것이 꽤 많은 곳을 돌아다닌 꼴이 되었다. 효자동에서 청와대 앞까지 갔다가 구청도 지나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. 가는 곳마다 꽃들은 피어있건만.
조계사에 들려서 절을 몇 번 드리다가 구멍이 나버린 양말을 발견하고서 맨발로 기도드리지 말라고 법당에 써붙여 놓은 것을 보고 밖으로 나왔다. 등을 다는데 얼마 얼마. 돈 돈 돈 돈. 연등도 피고 돈들도 피고. 그날은 동자승들의 삭발식이 있던 날이였는지 사람들이 모여있고 어떤 이는 실신하여 119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. 무슨 사연이 이리도 깊을꼬. 삶에 단순함이란 찾을 수 없다.
세종문화회관에서 추모전시회를 보았다. 길고 긴 줄. 발바닥은 신발 속을 더듬거리고 자원봉사하는 이의 안내에 따라 줄은 꼬물거렸다.
미공개되었던 사진들이 간단한 설명과 함께 벽을 장식하고 있고 무엇보다 가는 이들의 말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손녀딸과의 사진들. 담뱃불을 붙이는 모습.
나가는 길 무렵에 붙어있던 시민들의 말들. 고맙습니다. 죄송합니다. 사랑합니다. 사람들의 말과 떠나간 이는 그 모습이 모두 詩였다. 울컥 울컥.
청와대에서 경복궁 벽을 타고 광화문으로 내려오는 길에 꽃들이 피어있었다.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철쭉 꽃이 져서 고개를 수그리고 있어 애닳았다. 네 모양도 쳐량하고 나도 참.
천경자 자화상과 서사모아 호텔을 다시 보고싶어 시립미술관에 갔으나 없어서 천경자관을 몇 바퀴 돌았다. 정동길에서 경향신문을 지나 열심히 걸었더니 등허리에 땀이 베어오고 여기서 산책을 멈추어버릴까 했는데 한참을 걸어 서울역에 가서야 지하철을 탔다. 집으로 오는 길에 뉴스를 보았다. 실망감. 안국에서 들었던 껄끄러운 말들이 머리속에 맴돌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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